요즘 미드 Stargate SG-1을 시즌 1부터 다시 보고 있는데요, 예전에는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영적 메시지들이 거의 매 에피소드마다 듬뿍 담겨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공부하고 보니까 더욱 와 닿는 듯 합니다. 강추합니다…
오늘은 시즌 1의 8번째 에피소드, ‘Brief Candle’에 나오는 몇몇 장면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배경 설명부터 하자면…
SG-1 팀은 스타게이트를 통해 고대 미노스(Minoan)를 연상시키는 문명을 건설한 행성에 도착합니다. 그 곳 주민들은 하나같이 젊고, 아름답고, 삶을 최대한 즐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진귀한 음식과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사랑을 나누고, 정해진 시간에 모두 잠에 드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다음 날 해가 뜨면 또 그 생활을 반복… 이들은 자기네 행성을 방문한 이 외지인들을 위해 파티를 벌이고, 그 중 한 아름다운 여인(킨티아)이 SG-1팀의 리더인 잭 오닐에게 접근하여 케이크를 한 조각 건넵니다. 케이크를 먹은 오닐은 어느 새 환각 상태에 빠지고, 둘은 결국 잠자리를…(흐)
그런데 바로 다음 날부터 오닐은 하루게 다르게 팍삭 늙어 갑니다. 알고 보니 ‘펠롭스’라는 사악한 외계인(이 곳 주민들은 그를 ‘창조주’로 여기고 있음)이 과학 실험을 위해 이들의 수명을 인위적으로 단축시켰고(이들의 수명은 100일임), 킨티아와 함께 잠자리를 한 오닐도 그 ‘바이러스’에 걸리게 된 것입니다. 참고로 킨티아의 나이는 ’31일’입니다.
스타게이트 팀은 시간에 쫓기며 오닐을 살리기 위해 지구로 돌아가 연구에 매진하지만,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지구에 퍼지지 않도록 미지의 행성에 격리된 오닐은 펠롭스 신전에 앉아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장면 #1
오닐: (펠롭스의 동상을 노려보며) 뭘 봐 이 놈아? 60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날 이렇게 만들어 놓고, 너 혼자 잘났다고 생각하고 있냐?!
(이 때 그의 철없는 ‘부인’, 킨티아가 신전으로 들어옴)
킨티아: 정말 위대한 펠롭스 님과 대화를 할 줄 아세요? 우왕!
오닐: 못할 게 뭐 있어? 그냥 돌 덩어리인데. 그리고 그리 위대한 놈도 아니야.
킨티아: 당신 동료들은 떠났나요?
오닐: 그래, 떠났어.
킨티아: 당신도 조만간 떠날 건가요?
오닐: 아니, 당분간 여기 머물러야 해.
킨티아: 기뻐요…^^ 당신네 문화에 대해 배우고 싶어요…^^
오닐: 다음에 하면 안 될까… 지금 심경이 복잡해서 말이야… 에휴…
킨티아: 하지만 웨딩 케이크도 드셨고, 저와 잠자리도 함께 하셨잖아요.
오닐: 웨딩 케이크? 킨티아… 우리가 결혼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니?
킨티아: 저희 전통에 따르면, 결혼한 거죠.
오닐: 얘야… 킨티아, 네가 느꼈던 것은 진짜 사랑이 아니야. 사랑의 감정이 생기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단 하루 만에 누군가를 알 수는 없는 거라구…
킨티아: (경전에 적힌 내용을 읊는다) “창조주는 모든 여성들에게 100일 간의 행복을 선사한다…”
오닐: 킨티아, 제발 그만 좀 해! 네가 얘기하는 ‘창조주’는 신이 아니야! 그리고 너희에게 삶을 선사한 게 아니라, 빼앗은 거야!
킨티아: 우리는 선택받은 민족이에요. 창조주께서는 우리가 행복하게 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도록 이 아름다운 곳을 선사하셨어요.
오닐: 너희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기 위해 그런거야! 나는 40살이야! 수천 일 동안 살았다구!
킨티아: 거짓말 하지 마세요…ㅠㅠ
오닐: 인간의 평균 수명은 60~70년이야! 100살까지 사는 사람들도 있어!
킨티아: 그건 불가능해요!
오닐: 펠롭스는 너희들을 이용해 먹은 외계인이야!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너희들을 수명을 의도적으로 단축시킨 거라구!
킨티아: (뛰쳐 나가며) 아니에요!!! ㅠㅠㅠㅠㅠ
으음… ‘I Was Wrong’이라고 절대 말하지 못하는 가련한 킨티아의 모습… 진실을 처음 접했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거부반응을 아주 잘 표현한 대목입니다.
다음은 구약성경 창세기 6장 3절의 내용입니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나의 영이 영원히 사람과 함께 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그들이 육신이 됨이라. 그러나 그들의 날은 백이십 년이 되리라 하시니라.
참고로 그 전까지는 사람이 900년도 넘게 살았었습니다…
장면 #2
(오닐의 얘기를 전해 들은 마을의 ‘원로’가 신전으로 달려 옴)
원로: 수천 일 동안 살았다는 게 사실이요?
오닐: 제길, 그냥 조용히 있을 걸… 하지만 무지한 상태로 남아있기 보다는 진실을 알고 싶지 않나?
원로: (펠롭스의 동상을 바라보며) 왜, 우리에게 이런 시련을…
오닐: 저 돌멩이는 네가 하는 말 듣지 못해.
원로: (계속 동상을 바라보며) 우리는 선량한 사람들입니다. 서로 사랑하고, 당신이 내려주신 아름다운 동산에서 오순도순 잘 살아가고 있는데, 도대체 왜…
오닐: 과학, 진보, 지식… 이보게… 만약 자네에게 수천 일의 생명이 주어진다면 뭘 하겠나?
원로: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요. 선택된 민족의 경계선 밖으로 나가보고 싶어요.
오닐: 왜?
원로: 그 곳에 뭐가 있는지 보기 위해서요. 바깥 세상에 뭐가 있는지 아무도 모르거든요. 펠롭스는 우리가 이 구역을 벗어나는 것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습니다.
오닐: 어떻게 금한다는 거지? 그는 돌덩어리에 불과한데? 동상에 불과해…
원로: 밖으로 나가면 번개로 내리치신다고 배웠습니다.
오닐: 아니야, 그럴 일 없을 거야. 내 말 믿어도 돼. 그래, 어서 밖으로 나가서 한 번 둘러 봐. 어서…
원로: 그렇다면… 밖에서 보고 배운 것들을 주민들에게 가르칠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저희 후손들도 수천 일 동안 더욱 많이 배우고, 더욱 많은 가르침을 그들의 후손들에게 또 전파할 수 있겠네요!
오닐: 그래, 바로 그거야!
지식(자기들의 수명이 계획적으로 단축되었고, 펠롭스가 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통해 진실을 접한 후, 조금씩 깨어나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장면에서 보듯이, 아직은 구태의연한 생각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결국엔 ‘행동’과, 이에 따른 결과를 직접 보면서 완전한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장면 #3
(원로를 비롯한 여러 주민들이 신전에 와서 펠롭스의 동상 앞에 음식물을 바치고 있음)
오닐: 지금 뭣들 하고 있는 거요?
원로: (울상을 지으며) 저희는 지식이 부족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없어요. 펠롭스가 다시 돌아오도록 기도를 드려야 해요.
오닐: 제발 좀! 펠롭스는 사랑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그는 당신과 같은 사람들을 노예로 부려먹기 위해 이용하고 있을 뿐이야!
주민: 아니야… 그럴 리가…
원로: 펠롭스가 우리를 노예로 삼고 있다고요??? 그렇다면… (침묵) 더 이상 선택받은 자로 살아가지 않겠습니다!
원로의 부인: 저도요!
오닐: 그래, 그 메시지를 전파해야 해!
(잠시 후 주민들이 힘을 합쳐 동상을 박살냄. 동상이 박살 난 후에도 아무런 일(신의 형벌)이 벌어지지 않자, 서로 포옹하며 기뻐함)
진실을 나 혼자만 알고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닐의 얘기대로, 전파해야 합니다!
대다수가 어떤 생각을 진실로 믿고 있으면, 그 ‘진실’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힘듭니다. 아니, 의문을 제기하겠다는 생각 조차도 생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는 사람’, 즉, 아웃사이더의 입장에서는 그 ‘진실’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이 뻔히 보입니다.
우리가 ‘진실’로 믿고 있는 터무니 없는 거짓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재탕이지만, 이 주제를 다루고 있는 라켄 로즈 형님의 강연을 다시 한 번 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