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올린 Mark Passio 강연 중 인상적인 인용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프리메이슨과 같이 계층화되고(hierarchical) 구획화된(compartmentalized) 구조를 가진 조직들에 대한 Phil Rockstroh씨의 설명이었습니다:
“The authoritarianism inherent to this structure is antithetical to the concept of the rights and liberties of the individual. Most individuals, bound by secrecy-prone, hierarchical values, will, over time, lose the ability to display free thinking, engage in civic discourse, and even be able to envisage the notion of freedom.”
“이 구조에 내재되어 있는 권위주의 사상은 개인의 권리와 자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비밀과 계층의 가치에 묶여 있는 대부분의 개인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자유롭게 사고하고, 토론에 참여하고, 심지어 자유에 대한 개념을 형성하는 능력 조차 상실하게 된다.”
계층화와 구획화의 개념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자면…
계층화(hierarchy) – 상하관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회사를 예로 들자면, 사장-임원-부장-과장-대리-신입사원 하는 식으로, 계층이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죠. 자기보다 위에 있는 사람도 있고, 아래에 있는 사람도 있고… (위에는 잘 보여야 되고, 아래는 갈궈야 하고…). 극단적인 사례로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들 수 있겠죠… 그리고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갑을 관계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회에서 가진 직함이나 지위는 전부 나의 ‘역할(role)’이지, 나의 ‘본질’은 아닙니다. Passio 형님, 그리고 에크하르트 톨레(Eckhart Tolle) 형님이 늘 강조하듯이, ‘나의 역할’에 얽매이는 것은 에고에 대한 집착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나’의 본질은 영원하지만, 역할은 일시적인 것입니다. 회사에서 짤리면 그 역할도 사라지죠. 그래서 사회에서 높은 지위에 올라 떵떵거리며 천하를 호령했던 사람들이 나중에 은퇴를 하거나 실각을 한 후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 동안 ‘나의 역할’을 ‘나’와 동일시 했었는데, 역할이 사라지니까 ‘나’도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죠.
강연에서 Passio 형님은 통제 시스템으로부터 가장 많은 피해와 억압을 받고 있는 계층으로 통제의 도구 구실을 하는 경찰과 군을 지목했는데, David Icke 형도 국민들 때려잡는 경찰들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권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착용하고 있는 제복에 권력이 부여되어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냥 그 권력의 제복을 움직이는 역할만 하고 있는 거라고요.”
군대만큼 계층화가 철저하게 되어 있는 조직도 흔치 않습니다 (경찰도 마찬가지겠죠?). 위에서 명령을 내리면 추호의 의문도 품지 않고 명령을 이행해야 합니다. 아래 설명할 구획화의 개념과도 연관되어 있는 내용이죠. 이유는 모르더라도, 일단 무조건 해야 합니다.
Hierarchy라는 단어를 자세히 살펴 보면, ‘아콘(Archon)’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Archon이란 단어는 원래 ‘왕, 지배자’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영지주의 전설에서도 아콘은 ‘이 세상을 지배하는 자들’로 묘사되고 있죠 (ㄷㄷㄷ). 계층 구조를 좋아하는, 파충류 의식… 파충류 뇌… 아콘이 숨어 들어 있는 또 다른 단어로는 ‘monarch’가 있습니다. Mon(하나, 유일한) + arch(왕), 즉 군주라는 뜻입니다. ‘Anarchy’는 아콘 앞에 부정을 의미하는 an- 접두사가 붙은 단어입니다. 즉, 안티(反) 아콘… ‘지배자 또는 주인이 없는 상태 (no rulers, no masters)’를 의미하죠.
구획화(compartmentalization) – 피라미드 구조의 맨 꼭대기에 있는 사람은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지만, 아래로 갈수록 아는 게 적습니다. 기업의 CEO는 회사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만(시시콜콜한 내용까지는 모르더라도 말이죠), 말단 사원은 큰 그림 중 극히 작은 일부의 기능만을 수행합니다. 비밀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도 이런 식으로 많이 한답니다. 아래 실무자들은 뭔가 열심히 만들고는 있는데, ‘내가 만들고 있는 부품’이 나중에 무엇의 일부로 쓰일 지는 모른다고 하죠. 최초의 원자폭탄을 만들 때도 이런 식으로 일을 진행했다고 들었습니다.
비즈니스 세계에 또 다시 비유하자면, generalist(다방면에 대해 두루 아는 사람)와 specialist(특정 분야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가진 사람)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학력이 높고 가방 끈이 긴 사람들(특히 이공계)은 주로 나중에 유능한 specialist가 됩니다. 하지만 자기의 전문 분야에서는 굉장히 깊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으나, 그 분야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제 명함에도 예전에 specialist라고 적혀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generalist가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경우, 계속 IT 쪽 한 우물만 파다가 다른 일 하려니 바보가 된 듯한 기분이에요(ㅠㅠ). 그래서 직장에서 밀려난 후 퇴직금으로 자영업을 시작했다가 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사정은 비슷하겠지만, 이런 계층화/구획화 구조는 군대나 경찰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도 강하게 반영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군대를 다녀 오면 사람 된다’는 말이 있는데,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계층화/구획화의 개념이 몸에 배어 있어서 부리기도 쉽고, 지시도 잘 따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어떠한 시련도 이겨낼 수 있는 끈기와 인내심’ 같은 장점들도 얻을 수 있겠지만, 그게 악용될 수도 있겠죠 (예: ‘아무리 부당하고 어이 없는 일을 시키더라도 해야 한다’, ‘월화수목금금금의 생활을 하라면 해야 한다’).
진짜 Phil Rockstroh씨의 말대로, 이런 구조 하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 권리와 자유에 대한 개념이 희박해지는 것 같습니다.